봄바람이 분다
그것도 싸늘하게
어쩜 겨울보다도 더 싸늘하게 느껴지는 것이 현 싯점일지도 모르겠다
계절은 어딘가를 향하여 열심히 달려가고 있으며
꽃몽우리가 살포시 꽃망울을 터트리려 하고 있지만
몸속으로 스미는 찬기운은 온전한 봄을 느끼지는 못하겠다
분명 창밖으로 느끼는 봄은 따스한 봄날인데.....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3주만에 향하는 백두대간의 길에
우리는 즐거운 마음 가득안고 백두대간 17구간을 향하여 출발은 시작된다
옛날 삼척사람들이 난리를 피해 이상향으로 알려진 황지(지금의 태백)로 가기 위해
넘어 오던 고개라는 데서 유래한다는 피재(삼수령)에서
오늘의 산행을 기대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인증샷~~~
캄캄한 어둠속에서
우리들을 반기는 보름달의 환영인사가 무척이나 반가운
건의령 오름길이다
초반부터 완만한 오름길로 시작되는 길들은
그래도 눈이 많이 녹아 있어서 생각보다 수월하게 진행할수 있는
첫느낌부터 아주 기분 좋은 발걸음이었다
지금 내이마에는 상쾌한 땀방울이 소리없이 흐르고 있었다
첫번째 만나는 표지판에서
바람언덕님이 환하게 비쳐주는 헤드랜턴에 불빛에 와우!! 눈부시다
오늘의 산행이 이처럼 빛이 날것 같은 아주 좋은 예감이 든다
이번 대간길을 걸으며
무척이나 마음 아프게 다가오는 현실들!!!
마치 아수라장~~
전쟁터에 가보지는 않았지만 전쟁터를 연상케하며
지난해에 우리지역에 찾아왔던 곤파스의 처절함을 보는듯 했다
눈폭탄에 못이겨 여기저기 힘없이 쓰러져 있는 소나무의 처절함에
우린 할말을 잃은채 그 길을 걸어 가고 있었다
그렇게 피재에서 2시간여 걷다보니 한의령(건의령)에 도착이다
고려의 충신들의 충성심이 서려있는 유서깊은 고개랄까
건의령에서 30분쯤 능선을 따라 오르막을 오르면
푯대봉 삼거리에 도착이다
푯대봉은 대간길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데
푯대봉 삼거리에서 직진으로 100m만 오르면 푯대봉 정상석을 만날수 있었다
그곳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따뜻한 커피한잔으로 간밤의 고단함을 달래본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태양빛이 서서히 고개를 내민다
늘 떠오르는 태양이건만 산에서 보는 일출은 남다르다
고요와 정적으로 사각거리는 눈발는 소리만 가득했던 그곳이 이제는
찬란한 태양빛으로 가득해져 오니 발걸음이 가벼워 졌다
저멀리 지난번에 걸어온 매봉산의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그날은 운무로 가득차 제대로 볼수 없었는데
아직도 하얗게 쌓여 있는 눈이 겨울속에서 못벗어 나고 있음이 절실히 느껴진다
구부시령 가는 길목에서는
능선길에 눈이 제법 쌓여 있었다
이눈들은 언제쯤이면 녹을까
이쪽지역의 산들은 눈이 하나도 없는 달이 과연 몇달이나 될까
무척 궁금해진다
오늘의 대간길은 조망도 별로 없고
정상석도 별로 없는 조금은 지루한 길들이었다
제대로 된 정상석도 없는 대간의 마루금들~~
몇개의 봉우리를 넘다보니
산님!! 힘내라는 표지판이 그래도 반가운 1,055m봉!!
푯대봉에서 2시간30분여 걸어오니 구부시령에 도착이다
태백 하사미의 외나무골에서 삼척 도계읍 한태리로 넘어가는 고개이며
전설속에 아홉남편을 모시고 산 여인의 기구한 팔자가 썩좋게 다가오지 만은 않는 구간이었다
그여인의 고단하고 처절한 삶을 뒤로하고 우리는 덕항산을 향하여 간다
구부시령에서 1시간여 걸어온것 같다
몇년전에는 덕항산 정상석이 있었던데
정상석이 왜 사라진 것인지...
표지판으로 대신한 덕항산 정상에서 우리는 그렇게 웃었다
근데
바람언덕님은 왜 안웃고 계신거지요??
덕항산에서 내려다 보니
대이리 마을에 있는 환선굴 진입로이다
마주 보이는 산줄기가 웅장하며
그속에 자리하고 있는 마을은 한폭의 풍경화다
석회암지대로 동굴이 발달하여 기암괴석으로 병풍을 친듯한 바위 벼랑인
덕항산과 지각산(환선봉)동쪽에 위치한 대이리군립공원은
환선굴과.대금굴과 같은 5억여 년 전에 생성된 석회석동굴로 이름난 관광지 이며
좌측으로 모노네일을 이용하여 대금굴을 탐승할수 있으며 우측으로는
강원도 전통 가옥인 굴피집 지붕을 볼수 있다고 한다
덕항산에서 1시간여 오는 동안에는
동쪽으로(우측방향)는 정말 현기증이 날정도의 깍아지른 절벽에 몸이 움찔해진다
보호책으로 밧줄로 위험을 표시해 놓았지만
굉장히 위험구간 이었다
그래서 덕항산 구간은 동쪽을 보고 오줌도 누지 마라는 구전이 있다고 하며
댓재로 향하다 지치거나 급한 일이 있을 때에는 무조건 서쪽으로 내려서야 한다고 한다
자암재로 가는 길목에도 눈은 제법 쌓여 있다
발밑에는 겨울이 자리하고 있으나
새들의 지저귐이 아름답게 다가오는 산야에는
봄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청아하게 들리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아름답게 다가오는 구간이다
덕항산과 환선봉을 지나 자암재로 내려서는 사이에
풍력발전기가 보이며 귀네미골 고랭지 채소밭이 눈이 들어 오기 시작이다
귀네미마을 고랭지 배추밭 오르기 전에
잠시 숨을 돌리며 간식도 먹고
행동식으로 서서 먹는 우리 멋진 님들!!!
먹어야 오르막을 오르지 영차영차~~~
잠깐 숨차게 오르막을 오르니
귀네미골 채소밭에 다달았다
저멀리 귀네미골은 조선조 말엽부터 이상향을 찾아 이북 사람들이 이주해 와서 살다가
떠다가곤 했던 곳이며
광동댐 수몰지역 주민들이 이주해 새롭게 삶의 터전을 일군 곳이란다
배추와 무,산나물 같은 고랭지 채소농사로 소득이 꽤 괜찮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귀네미 마을의 이름은 마을을 감싸고 있는 산의 형세가 소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우이령으로 부른데서 연유 하였다고 하며
마을을 둘러싼 가파른 산을 뒤덮은 고랭지 채소밭은 여름철에는
이색적인 풍경이고 첩첩산중 산맥사이로 보이는 일출은 일품이란다
나는 그 가는 길에 저멀리 보이는 프로펠로 바로 밑 배추밭을 보고 내기를 했다네
꼭 무언가를 심어 논듯한, 아님 배추를 수확하지 않아 밑둥이 남아있는
듯한 모습에 난 배추라고 우겼고
지기님은 비료푸대를 같다 놓았다고 했는데....
역시 50여년의 통밥에는 이길 재간이 없었다
확인결과 그것은 거름푸대(비료푸대)가 맞더이다
저는 그래서 완전이 새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호탕하게 웃을수 있음에 즐거움 가득한 길이었다
가는길에 뒤돌아 보니
좌측으로 우리가 걸어왔던 매봉산,태백산,함백산도 보인다
앞으로 가야할 길엔
저멀리 동해바다도 보이고 삼척시의 도심이 눈이 들어온다
환선봉에서 2시간여 걸어오니 큰재에 도착이다
심한 감기로 아픈몸을 지탱하며
두언니들 잘도 참고 걸어온다
누군가 그러셨다 여자들이 참으로 독하다고~~
하긴 그런 독한마음이 있으니 그 험한 백두대간의 길을 잘도 참고 걸어온 거겠지~
대간길을 진행하면 할수록 느껴지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으로 가득했다
수없이 훼손된 나무들의 처절함에 나무가 아깝다는 생각으로 어찌할바를 모르겠다
앞으로 이렇게 눈폭탄에 나무가 쓰러진다면
이곳에 견딜 나무가 과연 얼마나 될런지????
황장산 가는 내림길에는 제법 눈이 많다
푹푹빠지는 바람에 근력 다 빠져서
에라 모르겠다
않아서 뭉쳐서 그냥 썰매타듯 내려와 본다
나름대로 재미 있었다
엉덩이가 젖거나 말거나~~
그렇게 걷다보니
어느새 다음구간에 오를 우측에 높이 솟은 산 두타산도 보이고
좌측으로 청옥산도 눈에 들어온다
큰재에서 2시간30분여 걷다보니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황장산에 도착이다
중간중간 눈길에 빠져서 조금은 힘들었던 구간이었다
바람언덕님 뿔나셨다
그놈의 눈때문에.....
지기님은 눈에서 냄새가 난다고 한다
아!! 나도
정말 이제는 눈이 싫다
맨땅을 걷고 싶은데
언제쯤 이려나???
황장산에서 20분여 내려서니 댓재에 도착이다
피재에서는 12시간이 흘렀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생각했던 것 보다는 덜 힘들었다
산행의 난이도도 조금은 낮은것도 있지만
눈이 많이 녹아 있었기에....
아픈몸을 이끌고 정신력으로 끝까지
견디어준 꽃돼지언니,들꽃언니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드리며
오늘도 아무런 사고없이 무사히 백두대간 17구간을 마칠수 있어서
너무도 기쁘다
제발 다음구간에는 눈이 다 녹아 없어 지기를 바라며
백두대간 17구간을 마무리 해본다
담산행때까지 감기 다 날려 버리시고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다음구간에 만나요
산행일시 : 2012.4.7(토요일)
산행구간 : 피재~푯대봉~덕항산~환선봉~큰재~황장산~댓재
산행거리 : 25.2km
산행시간 : 12시간
날 씨 : 아주 맑음
함께하신분: 헐덕고개님,바람언덕님,날쎈호랭이님,나홀로백호님,꽃돼지님,들꽃님,파랑새님,장미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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